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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비판한 신자유주의, 그게 바로 한미FTA" 신문스크랩

"노무현이 비판한 신자유주의, 그게 바로 한미FTA"
[재반박]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는 글
08.11.19 12:21 ㅣ최종 업데이트 08.11.27 09:59 심상정 (713sim)

제가 쓴 편지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전임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글이기에 제 딴엔 많이 생각하고 썼음에도, 다시 읽어보니 거칠고, 독한 표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라는 게 살아온 이력을 반영하는 탓에 여전히 '야인(野人)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혹 마음을 상하게 하는 표현이 있더라도 제 뜻이 그렇지 않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노 전 대통령께서 저의 토론 제안을 마뜩찮아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 편지를 쓰고 토론을 청한 취지를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임정치는 전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어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심상정

저는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책임정치의 관행을 확실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정권의 막가파식 정치가 우리 국민들의 삶을 얼마나, 어디까지 고단하게 몰아갈 것인지에 생각이 이르면 이 문제는 더욱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책임정치는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임기 후에도 계속 영향을 끼치는데 임기를 마쳤다고 해서 그 책임에서 해제된다면 그 이후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유인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난날 '국회의원 노무현'은 책임 있는 정치의 중요성을 가장 용기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전임 대통령의 통치행위 전반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책임 추궁자가 아니셨습니까?

 

이미 물러난 전임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지난 일에 대해 묻는 것도, 또 거기에 답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무리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고 토론하는 것도 다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리 급하게 한미 FTA 추진했는지, 아직 답 듣지 못해

 

특히 제가 토론을 청하는 한미FTA 문제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고 진행형인 정치 현안입니다. 우리 경제의 큰 방향을 규정하고 국민들의 먼 미래의 삶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심 의제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까지 지난 정부가 이 중대한 사안을 왜 정책의 우선 순위까지 바꿔가면서 그렇게 급진적으로 추진하였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한미FTA 협정이 과연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세계사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 한미FTA를 계속 살려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 기회에 부담을 줄이면서 버려야 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선택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노 전 대통령께 제안한 토론은 심상정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 개혁세력, 심지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 역시, 한미FTA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제 편지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토론에 임해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기간 중의 일에 대하여 질문이나 토론 요구에 대해' 일종의 인간적 한계로 설명하시는 것은 여전히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늘 공론장과 여론을 강조해 오셨고, 퇴임 후에는 스스로 공론장을 만들어 발언과 답변을 계속하시겠다는 뜻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전임 대통령으로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기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관점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지적하신 몇 가지 논점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첫째, "지금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정책, 한미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느냐"며 "이들 정책은 대부분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제 주장과는 상관없는 지적입니다.

 

한미FTA를 통해 따라가려고 했던 미국의 이른바 선진제도들이 미국 금융위기를 낳은 주원인이라고 한 것입니다. 제가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한미FTA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정책의 연속선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한미FTA와 연동된 자본시장 통합법은 미국식 투자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그 길이 살 길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가는 길임이 분명해졌음에도 한미FTA를 고집할 것이냐는 문제제기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제조업 경시한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때 국가균형발전전략으로 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하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경부는 클러스터 정책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그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재경부 관리들이 눈에 불을 켠 것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추종하는 것이었지요.

 

둘째, '개방'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개방 일반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개방은 국제 교류를 지칭하는 경제학의 범주입니다. 문제는 개방이 어떤 노선 또는 사상에 토대를 두고 있느냐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지요. 또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문제는 그 나라 경제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가 아니겠느냐"라는 노 전 대통령의 견해에도 공감합니다.

 

개방의 혜택, 특정 세력에게만 집중돼

 

  
노무현 전 대통령
ⓒ 남소연
노무현

그런 전제 위에 지금까지 나온 개방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 개방의 혜택이 특정세력에게 집중되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점입니다.

 

통상무역은 그것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통상으로 얻은 이득으로 손해를 보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상협상은 국가 간의 협상 못지않게 대내협상이 중요하고 이 두 협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통상절차법 등으로 이를 제도화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랜 통상독재의 전통으로 대내협상의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국익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그 결과 개방은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습니다.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에도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진행하자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께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한미FTA을 체결해놓고 조기비준을 밀어붙이면서 아직도 한쪽에서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슬픕니다.

 

특정 계층 사람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국익은 국익이 아닙니다. 개방으로 양극화는 되었지만 성장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신다면, 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방, 누구를 위한 성장이냐고 되묻겠습니다.

 

둘, 우리 경제가 체급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물시장의 개방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대외의존도인데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2006년 현재 71%(IMF 자료)이고 한은 통계로는 2007년 무려 91%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수치이고, 인구 5천만 규모의 나라로는 세계 최고입니다.

 

자본시장의 개방도 최고 수준입니다. 제가 재경위 시절 따져본 바로는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도 6%만 그린필드형 투자였고 94%가 포트폴리오식 투자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중국의 외자유치 내용과는 대비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대한민국이 국보급 은행을 외국자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전 IMF수석부총재 스탠리 피셔의 발언도 되새겨봐야 합니다.

 

그 결과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옵션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고 가장 투기적인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체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개방 때문에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갖고도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절절 매는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된 것입니다.

 

저는 개방에 관한 노 전 대통령의 견해를 읽으면서 지난 정부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쇄국정책 하자는 것이냐'라고 몰아붙이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진보진영을 억지로 비틀어 보려는 것이지요. 한미FTA가 아니라도 이미 우리나라의 개방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께서는 개방 일반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신 데 비해 정작 제가 토론을 요구한 한미FTA에 대한 언급은 별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FTA가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점은 인정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시장 강자를 위한 정책'이 바로 한미FTA

 

  
2007년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

 

셋째, 한미FTA가 왜 무분별한 협정이고 왜 폐기되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으니, 추가 개방이 아니라 내수에 주력하여 균형 경제를 추구하고, 과도한 개방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서 개방 안 하고 어떻게 먹고 사느냐"라는 논리로 메가톤급인 한미FTA를 추진하였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개방의 문제점을 극단화하는 것이지요. 무분별한 정도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국내산업의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셨는데, 저는 한미FTA라는 개방의 충격을 통해서 일거에 한국경제를 구조조정하겠다는 바로 그런 관점이 매우 놀랍습니다.

 

개방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분명히 세운 뒤에 거기에 필요하면 개방을 해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느 선진국도 이런 식의 외부 충격으로 발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여러 나라가 동경했던 미국의 첨단 IT산업도 개방이 아닌 실리콘밸리라는 클러스터가 있었기 때문이고 대학과 기초과학에 대한 미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릭슨'의 나라 스웨덴,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도 그러합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산업혁신도 교육부터 지역투자까지 국내의 주도면밀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지, 외부 충격에서 비롯한 것이 아닙니다. 외부충격으로는 산업 파괴와 실업자만 양산할 뿐입니다.

 

아울러 소 키우던 사람이 졸지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굽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 이것은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강제적 인력 재배치에 가까운 사실상의 국가폭력에 가까운 것입니다.

 

셋, 한미FTA는 단순히 관세 장벽을 낮추는 낮은 수준의 FTA가 아니라 미국의 법과 제도를 이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미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불평등 협정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정의하신 '신자유주의=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이 바로 미국식 FTA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보면 한미FTA를 개방의 보편적인 형태로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FTA는 개방의 한 형태이고 그중에서도 미국식 FTA는 아주 특수한 것입니다. 예컨대 EU의 FTA를 보면, 미국식 FTA에서 우리가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하는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래칫 조항(한 번 개방한 수준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역진 방지 조치), 투자자 국가제소권 등도 없습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간 FTA에는 지적재산권이나 투자, 서비스 분야 등이 아예 없습니다.

 

또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은 캐나다, 멕시코, 중미-도미니카 공화국, 칠레 등 인접 국가들, 그리고 외교 안보 목적으로 맺은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코, 바레인, 오만 등 중동국가를 빼면 호주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전부입니다. 호주-미국 FTA는 투자자 국가제소권을 뺐고 호주의 농업이 미국보다 더 강했기에 가능했지만 의약품 지적 재산권을 놓고 격렬한 내분을 겪은 바 있습니다. 미국식 FTA는 체결한 나라보다 협상하다 폐기한 나라가 더 많습니다.

 

미국식 FTA 전략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도 이견이 많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이며 결코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닌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미국이 추진하는 양자간 무역협정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바마는 한미FTA의 원형인 나프타를 개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마당에 우리가 한미FTA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중국, 인도만 보실 것이 아니라 브라질의 경우도 눈여겨보셨으면 합니다.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미국의 FTAA(미주자유무역지대, NATFA의 확대판) 제의를 거부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라운드에서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래도 브라질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고, 룰라 대통령은 80%라는 높은 지지율로 안정적 집권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오히려 브라질이 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국제적으로 옹호한 덕분에 국가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자동차, 관세율 넘어 점유율 요구로까지 나갈 수도

 

  
미국 자동차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 자리 잡은 포드 본사.
ⓒ 강인규
포드

넷째, 자동차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동차 문제는 노 전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대로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더 봐야겠지요. 또 제가 '침소봉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바마가 여러 차례 자동차의 불균형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요구를 해올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노 전 대통령께서 예측하시는 것처럼 단지 관세율이나 적용시기조정 수준을 넘어서서 점유율에 대한 요구로까지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한미FTA에 비위반제소와 스냅백(협정 의무 위반 또는 미국 기업의 기대이익 침해 시 철폐된 관세를 환원하는 제도) 조항이 들어있는데 그걸 구체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일-미 반도체협정 사례처럼 말이죠. 그럴 경우 내수와 고용의 타격이 매우 크리라고 보는 겁니다.

 

또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공장도 있으니 미국 현지 매출까지 총량적으로 판단하면서 국내 점유율의 일정한 양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점이 우려됩니다. 어쨌든 구체적인 전망과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다섯째, 이 대통령이 쇠고기를 양보한 배경에 대한 언급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하여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한미FTA 비준을 끌어내기 위해 쇠고기를 내주었다는 건 이명박 정부가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미FTA 협상 개시 4대 선결조건이 있었던 것처럼 쇠고기, 자동차 양보가 비준의 전제조건처럼 되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한-미 혈맹 재확인이나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라고 조롱받았던 국내 정치 홍보용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야말로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이 대목을 언급하신 진의가 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찬찬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장의 강자' 편에 섰기 때문에 혹독한 심판 받아 

 

여섯째, 신자유주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작은 정부'라는 사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1970년대의 시카고 학파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초기에 나온 학설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IMF 구제금융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내용은 개방과 규제 완화,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는 하나의 정책이라기보다 워싱턴 컨센서스를 실현하는 경제체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전형인 것이지요.

 

국민들은 신자유주의하면 쉽게 시장만능주의 그리고 노 전 대통령 말씀처럼 부자들을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요지는 노무현 정부는 부자들의 정부는 아니었다는 것이고 사회 약자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큰 성과를 못낸 것이라 말하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주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 평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토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는다는 전제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수십년간 억눌렸던 서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을 뽑아준 국민들은 이어서 노무현 정권을 탄핵에서 구해줬고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주면서 기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정하시기 어렵겠지만 노무현 정권은 서민들보다 '시장의 강자' 편에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혹독한 심판을 받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서민들보다 '시장의 강자' 편에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혹독한 심판을 받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지난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부인 김윤옥씨가 19일 저녁 여의도 당사를 찾아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장면.
ⓒ 권우성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하신 말씀은 신자유주의의 정곡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는 명백히 승자독식의 시장경쟁주의에 기반한 개방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 재벌체제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복지정부가 되고 싶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복지를 위한 재정확보 대신 감세를 추진했고, 그래서 '비전 2030'은 말은 성찬이었지만 실제 밥상은 비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노동자보호법이란 명분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어렵게 했습니다. 물론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투기 대책 등 잘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밀어붙이는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와 복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마무리하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민감하신 것은 저에겐 의외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FTA와 비정규직법, 이라크 파병을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밀어붙일 때, 그리고 경제정책이 다른 게 뭐냐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추진하실 때와는 다른 모습인 것 같아 반갑게 생각합니다. 그땐 제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열린우리당과 진보정당 사이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고 논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비록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만, 막가파식 토건형 신자유주의인 이명박 정권과의 거리는 충분히 구별해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노 전 대통령께 편지를 쓰고 토론을 요청한 것은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책임있는 토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유의미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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